[티처빌매거진] <학교 가자> 노래 부르더니 진짜 '가상학교' 만들어(by 이제창샘)

발행일 : 2021-10-07 15:53  

 티처빌매거진 Class Know-How 

<학교 가자> 노래 부르더니 진짜 '가상학교' 만들어

 

 글. 이제창 영남공업고등학교 선생님 

교육도 메타버스에 올라탈 수 있을까? ‘중등.학교가자.com’이 메타버스와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을 도입해 올여름 진행한 여름캠프 사례에서 그 가능성 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여름캠프를 주도한 이제창 선생님은 아직 보완할 점 이 많지만, ‘평면적인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실제적이고 입체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점은 특별한 성과였다고 말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방학을 맞이한 중학생 쌤구. 여름방학은 휴식과 공 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특히 지난 학기,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해진 학력 격차를 극복하려면 이번 방학은 마냥 휴식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터, 비장한 마음으로 공부를 해보겠다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쌤구,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를 실행하더니 게임 속 캐릭터 를 이리저리 조종한다. 공부한다더니 게임을 하는 것일까? 게임 속 아이템 에 숨겨진 콘텐츠를 들여다보고는 퀴즈게임 같은 것을 하더니, 게임에서 만 난 캐릭터와 30분간 대화를 하고는 공부가 끝났다며 밖으로 나간다.

 

 

‘학교가자.com’, 아이들이 등교할 수 있는 ‘가상학교’를 만들다

쌤구는 지금 게임을 한 것일까, 공부를 한 것일까? 게임을 한 것 같지만 분명 쌤구는 공부를 했다.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학교에 등교해 아바타 선생님을 만나 과제를 풀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미래 학교에서나 가능할 것 같지만 이것은 미래 학교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6일까지 운영된 ‘중등.학교가자.com’에서 실제로 벌어진 장면들이다. ‘중등.학교가자.com’은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당시 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우려해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화제가 된 ‘학교가자.com’의 중등용 학습 사이트다. 본격적인 개학 이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를 극복하고자 ‘이번 학기 이것만은 알고 가자!’라는 슬로건으로 방학마다 묵묵히 제 역할을 이어 왔다. 그리고 이번 여름방학,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메타버스 기반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만들어 돌아왔다.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로 아이들이 등교할 수 있는 가상학교를 만들어 버렸다.

 

 

게임같이 쉬운 조작법… 의사소통도 쉽게 화상채팅

메타버스 학교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상학교에서 활동할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하는 일이다. 아바타의 이름·외모·복장·머리카락 색 등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아바타를 생성하면 가상학교의 '중앙현관 앞'으로 이동하는데, 앞에 펼쳐진 운동장은 꿈에도 그리던 잔디 구장이다. 함께 등교한 친구들과 채팅으로 인사를 나눠본다. 조작법은 간단하다. 키보드 방향 키로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춤을 추거나 이모티콘을 보낼 수도 있다. 학생들이 즐겨 하는 온라인 게임 조작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평소 컴퓨터 게임을 즐겨 한 아이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가상학교 내에서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화상 대화’이다. 아바타 간 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만 ‘스포트라이트’ 기능을 통해 공간 전체 접속자에게 목소리가 전달되게 할 수 있다. 특정 접속자와 채팅도 가능하다.

 

실제 학교를 옮겨놓은 듯한 메타버스 가상학교

학교 안으로 들어서면 오늘 공부할 학습 시간표 애니메이션이 제시된다. 오늘 공부할 과목은 사회와 국어. 해당 학년의 교과 교실로 이동해 요일에 맞는 학습콘텐츠를 확인하고 친구들, 선생님과 대화를 하며 공부하면 된다. 가상학교의 구조는 실제 학교와 매우 흡사하다. 보건실과 행정실, 교장실도 있다. 보건실에는 코로나19 예방 교육자료가, 교장실에는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명록이 있다. 보건실의 맞은편에는 개방형으로 마련된 미래형 도서관이 있는데, 여기서는 대구교육청의 학생 저자 출판 도서를 볼 수도 있고, 실제로 전자책을 대출할 수도 있다.

 

 

위클래스 상담, 피아노 연주도 할 수 있어

위클래스도 마련돼 있다. 위클래스 또한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실제 1338 청소년 상담 사이트와 연결돼 전문 상담 선생님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로비와 복도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휴게공간과 꿈과 끼를 발산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 무대에서는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도 있는데 로고송 경진대회가 함께 열리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학생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인 상상메이커실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용 가능한 매점과 휴게실도 있다. 이곳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가상 학교를 탐험하는 재미를 높이기 위해 보물찾기 이벤트도 열리고 있다. 교문 밖 으로 나가면 여름방학을 맞아 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에는 숨겨진 비밀 공간이 있어 학생들의 흥미를 돋운다.

 

 

'줌 피로증' 끝! 강의식 수업도, 협동학습도 실제 수업 상황과 유사하게

학년 층에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의 교과 교실들이 복식으로 나열돼 있다. 교실 안은 강의 공간과 협동학습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강의 공간에서는 강의식 수업을, 협동학습 공간에서는 협동학습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다. 강의 공간은 스포트라이트 돼 있는 사람만 이야기할 수 있어 강의 중에 다른 학생들의 소음에 방해받지 않으며, 줌처럼 강의 자료를 공유하거나 판서하며 수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줌 피로증’이라 일컬어지는 다른 사람의 시선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교실 내 빔프로젝터에 디딤 영상을 넣어두면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기에도 좋다. 협동학습 공간에 들어서면 아바타가 들어서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어둡게 변한다. 이렇게 프라이빗룸에서의 대화는 외부에서 들리지 않아 학생들끼리 편하게 협동학습을 할 수 있다. 줌보다 직관적이라 줌의 소회의실보다 편하고 그래서 실제 상황과 유사한 토론 학습이 가능하다. 특히 타이핑과 그리기가 모두 가능한 공유 칠판이 있어 협동학습 시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선생님은 일일이 조를 다니지 않아도 활동 점검용 선생님 발판을 활용해 학생들의 활동 상황을 손쉽게 점검할 수 있다. 교실 내 게시판에는 학습콘텐츠와 학습 과제를 담아 놓았다. 대화형 프레젠테이션 플랫폼인 페어덱과 니어팟의 학생주도 모드를 활용해 만들어 놓은 학습콘텐츠들은 VR·패들렛·지 오지브라·띵커벨·퀴즈앤 등과 결합하며 학습 효과를 배가했다.

 

메타버스 가상학교, 미래 교육을 향한 징검다리가 되길 

‘중등.학교가자.com’ 여름캠프는 기간 내 일일 최대 4,800명, 일일 평균 3,000명의 학생이 이용하며 성황을 이루었다. 다만 메타버스 가상학교를 이용하지 않고 사이트로 직접 접속해 학습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이트와 가상학교로 이원화해 운영한 점, 모바일에서 조작이 원활하지 않은 점, 가상학교에 접속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점, 느린 이동 속도, 게임을 하는 것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은 학생들의 입장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평면적인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실제적이고 입체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점은 매우 특별한 성과로 기록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학습 콘텐츠를 찾아가는 과정은 학생의 주도성을 기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불특정의 선생님,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는 잠재적 교육과정으로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등.학교가자.com’의 특별한 시도가 미래 교육을 향한 작은 징검다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티처빌매거진 

 

《티처빌 매거진》은 최신 교육 이슈 및 동료 교사의 수업 노하우, 학교 현장의 다양한 소식과

더불어 테크빌교육의 브랜드 이야기를 담은 사외보 계간지입니다.

 

티처빌 매거진 바로 보기 ☞  https://bit.ly/2Nt7ApL

 

댓글(0)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