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빌매거진] 초등경제금융교육 사례_'미소'로 월급받는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요

발행일 : 2021-10-05 15:29  

 티처빌매거진 Class Know-How 

'미소'로 월급받는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요  

 

 글. 옥효진 송수초등학교 선생님 


“넌 돈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어린 게 무슨 돈 이야기니?” 아이가 ‘돈’ 이야기를 꺼내면 어른들은 이렇게 타박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렵고 어떻게 벌어야 하며, 현명한 소비와 투자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이 직접 레몬을 사고, 갈고, 판매하며 비용과 이익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레모네이드 스탠드(Lemonade Stand) 활동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교 교실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경제와 금융을 가르치면 좋을까. 어린이 경제동화 『세금 내는 아이들』의 저자이자 2020 대한민국 경제교육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옥효진 선생님께 교실 속 경제교육 방법을 물어봤다.

 

 

왜 삶에서 꼭 필요한 ‘돈’에 대해 알려주는 곳이 없을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거기다 대학교 4년 총 16년 동안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꿈꾸던 교사가 됐지만, 첫 월급을 받 았을 때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의무교육과 고등교육을 모두 마쳤는데, 나는 이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예금과 적금의 차이는 무엇인지, 신용등급은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왜 돈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고 사회에 내보내는 거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겐 학교에서 경제·금융을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돈으로 움직이는 교실을 구상하게 됐다.

 

교육과정에도 경제단원이 있지만…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아이들에게 경제에 대해 가르친다. 6학년 2학기 사회 2단원이 통째로 경제단원이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우리나라의 경제사, 가계와 기업, 국가 간의 교류’와 같 은 것이다.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는 실생활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아이들 의 생활과는 더욱더 동떨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경제라는 것을 아이들의 생 활 속으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했고 책에서 배우는 내용이 아닌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교육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직접 경험하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즐거운 학급화폐활동

나름의 고민 끝에 즐겁게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급화폐활동’을 고안해냈다. 학급화폐활동은 3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의 생활과 관련 있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학급화폐활동을 하는 교실은 하나의 국가 처럼 운영된다. 교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모두 국민이 된다. 국민으로 서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자 자신의 직업을 갖고 있다. 친구들의 급식을 책임지는 급식 도우미, 청결한 교실을 책임지는 환경미화원, 저축상품을 관리하는 은행원, 친구들의 제출물을 확인하는 통계청 등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사실 이전 교실에서 운영하던 1인 1역할에서 직업에 따른 ‘급여’를 제공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월급 받고 세금 내며 자연스럽게 경제·금융 개념 익혀

월급날이 되면 월급을 받는다. 물론 월급은 실제 돈이 아니라 우리 반에서 만 쓸 수 있는 가상의 화폐단위인 ‘미소’로 받는다. 이렇게 번 돈으로는 과자를 사 먹거나 급식 먼저 먹기, 칠판 낙서권 등 다양한 쿠폰을 사기도 한다. 한 번의 월급으로 사기 어려운 물건이나 쿠폰을 사기 위해 정기예금 상 품에 가입하기도 한다. 저축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노리는 친구들은 ‘선생님 몸무게’에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선생님 몸무게가 0.1㎏ 올라갈 때마다 1%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월급이 ‘200미소’라도 돈을 모두 받 지는 못한다. 15%의 소득세도 내고 건강보험료, 전기요금 등 내야 할 것들 이 많기 때문이다. 또 월급에서 걷어간 세금은 우리 반을 위한 곳에 사용이 된다. 교실에 분필이 떨어졌거나 시계의 건전지가 필요할 때 아이들이 낸 세금으로 교실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한다. 이처럼 교실 속에서 마치 놀이 처럼 활동하며 경제에 대해 배우는 것이 학급화폐활동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세금·예금·투자·만기·신용점수 등의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어렵기 만 했던 단어도 이제는 학교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경제교육, 그리고 즐거움

학급화폐활동은 기본적으로 경제교육을 위한 활동이다. 하지만 경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경험하며 배울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장점이 있다. 바로 교 실이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이 활동을 시작하고 ‘학교 오는 게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활동을 준비 하고 이끌어가는 교사도 즐겁긴 마찬가지다. 이야깃거리도 많아지고, 추억이 될 에피소드들도 많이 생긴다. 글쓴이처럼 경제·금융교육이 꼭 필요하 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이번 학기부터 학급화폐활동을 해보길 권 한다. 교실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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