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네 번씩 다가오는 정기 고사 출제 때 전 가장 싫은 것이 바로 시험지를 편집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시험 문제를 내는 시간보다 시험 문제를 편집하는데 쓰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요 그건 바로 저의 형편없는 한글 활용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분명히 중학교 때 한글 관련 자격증도 땄지만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서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줄 맞춤 조차 힘들어서 대충 눈 대중으로 스페이스 바 누르고 편집 좀 하다 보면 갑자기 사라져버린 표 때문에 난감, 뭐 하나 문제라도 수정할라 치면 문서 틀이 다 흐뜨러져서 처음부터 다시 수정하기 일수였습니다. 그래서 전 제가 문제를 많이 내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편집만큼은 피하려고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지금 일하고 있는 학교는 연구부와 교감선생님이 시험지 형식을 깐깐하게 보셔서 속으로 '문제만 잘 만들고 오류 없으면 됐지 왜 형식가지고 저런담..'이라고 원망하는 경우도 많았더랬죠..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교직 몇년차인데 아직도 시험지 편집 하나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나를 생각하니 갑자기 자괴감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글 문서 작성 마스터가 되고자(하는 건 너무 과장인거 같고 좀 더 잘해보려고) 이 연수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연수 후기는 정말 유용합니다. 솔직히 다른 연수들 대충 듣다가 재생해놓고 안듣고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요 이 연수는 첨부터 끝까지 경청했고 실제로 연수들으면서 한글 창 띄워놓고 같이 연습도 해봤어요. 사실 한 번만 들어서는 잘 익혀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어서 복습까지 했답니다.
유용하다고 말한 이유는 강의들 자체가 정말 교사들이 학교 업무에서 쓸만한 문서를 예시로 강의를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험지 만드는 부분에 정말 도움 많이 받았고 깨달음이 많았어요.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이제까지 얼마나 문서를 주먹 구구식으로 만들었는지, 얼마나 쓸데 없는 노가다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들었는지 알게됐지요. 학생들 사물함 이름표 만드는 거 하나도 제대로 기능을 갖추면 순식간에 만드는 걸 보고 이렇게 좋은 기능을 몰라서 사용을 못했던 것이 안타깝더라구요. 이래서 사람이 배워야 하는구나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구나를 알게 된 연수였습니다.
내년엔 시험 편집을 맡으면 정말 이제까지 했던 거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을 들여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틈틈히 복습해서 진정한 한글 마스터가 되보려고 합니다. 좋은 연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