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발행일 : 2022-06-13 15:04  

충분할만큼 예민한 청각을 갖춘 사람이라면 풀이 자라고 나무의 우듬지에서 잎이 펼쳐지고 머루가 익고 수액이 천천히 올라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흔히 소음과 분주함에 가려져 느끼지 못했던 시간의 떨림을 다시 감지하기 시작한다. 침묵은 계절을 탄다. 우리 고장에서는 1월의 눈에 덮인 들판 속의 침묵이 다르고 8월 뜨거운 햇볕에 겨워 꽃과 잎이 폭발하고 매미들이 울어대는 한여름의 침묵이 또한 다르다. 같은 풍경 속에서도 침묵은 날마다 제각기 다른결을 보인다.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예찬 중에서 P.77

댓글(0)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