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으로 피어난 웃음꽃 이야기

발행일 : 2020-01-08 13:41  

  • 대학시절 연극동아리활동을 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연극은 만드는 과정이 무척 힘들고, 끝나고 나면 허무함이 밀려온다. 2002년 교직생활 시작과 함께 교육연극을 접했다. 교육연극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극 속에 몰입하는 경험 자체가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참여자는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언제나 웃음꽃이 피어난다. 교육연극으로 피어난 웃음꽃들. 지금부터 그 꽃들의 향기를 맡아보자.


    첫 번째 웃음꽃 이야기

    동네축제 개막식날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아빠와 두 아이가 잘 보이는 곳을 찾아다니는 사이 불꽃놀이는 끝나고 만다.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아빠에게 투정을 부린다. 

    “얘들아, 우리 같이 불꽃이 되어볼까?”

    아빠는 아이들 앞에서 직접 불꽃이 되어본다.

    “수웅웅~ 펑!”

    소리를 내면서 불꽃이 하늘 높이 올랐다가 터지는 모습을 반복하면서 논다. 이 모습을 본 아이들도 조금씩 불꽃이 되려고 한다. 두 개의 불꽃이 연속해서 터지고, 어느새 거실은 불꽃축제의 장이 되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 몸으로 하는 불꽃놀이하기 https://blog.naver.com/okdongjin/140182347619 >



    두 번째 웃음꽃 이야기

    을숙도초등학교 2학년 4반 담임선생님은 매주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한권씩 읽어준다. 오늘은 ‘내게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라는 책이다. 먼저 그림책의 표지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책을 반 정도 읽어준 후, 7개의 그림을 정지장면으로 만들기로 하고 연습 시간을 준다. 순서대로 각 장면을 발표하고 선생님이 각 인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 그 인물의 입장에서 그 순간 생각을 말하거나 적절한 대사로 연기해 본다. 그리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장면 속 인물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정지장면 만들기 발표가 끝난 후 책의 뒷부분을 예상해보게한 후, 나머지 부분도 읽어준다. 알게 된점, 느낀 점, 실천하고 싶은 점을 발표한다.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됩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보다 더 나은 점도 많습니다.”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아요.”

    “장애인이 도움을 원할 때만 도와줘요.”


    선생님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발표를 하는 친구도 있다.


    “오늘 수업을 통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다음 날이 되었다. 자발적으로 이 수업에 관련된 얘기를 쓴 한 아이의 일기 내용이 선생님 눈에 들어온다.

    ‘나는 들리지 않는 아이의 언니 역할을 맡았다. 언니 역할을 해보니 부모님이 너무 여동생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서 언니에게도 관심을 좀 더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전날 아이들이 정지장면을 만들어 발표하고, 친구들의 발표를 관람하면서 피어났던 웃음꽃을 떠올린다.


    <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독서수업 후기 https://blog.naver.com/okdongjin/221523638974 >



    세 번째 웃음꽃 이야기

    2019학년도 을숙도초등학교 특색교육은 교육연극이다. 교육과정부장교사는 선생님들께서 교육연극을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하고자 고민 중이다. 며칠 후 교직원 회의시간에 선행학습예방연수와 청렴연수가 잡혀있다. 교육과정부장교사는 ‘을숙, 좋다!’ 연극동아리를 조직하고, 팀원들과 함께 교육연극을 활용한 교직원 연수를 계획하게 된다.


    교직원 회의시간 첫 번째 연수는 선행학습예방연수다. 팀원들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집중하는 학생,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녹초가 된 학생, 교만한 학생, 장난치기만 하는 학생의 모습을 정지장면으로 표현한다. 지켜보시는 선생님들께 학생들의 상태를 예상해보게 한다. 그리고 학생에게 손을 가리키며 ‘땡’이라고 말하면, 그 인물의 입장에서 연기를 한다.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들 중 몇 분을 초대해 교사를 역할을 맡아 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즉흥극을 부탁드린다. 여러 개의 즉흥극을 통해 다양한 대안에 대해 고민해본다.


    두 번째 연수는 청렴연수다. 교사와 학부모의 청렴하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을 ‘을숙, 좋다!’팀원이 먼저 연기를 한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얼음을 외친다. 생각주머니 모형을 활용해서 현재 속마음을 말해보게 한다. 다음은 현재 교사와 학부모의 만남에서 학부모가 촌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대처하는 교사의 모습을 역할극으로 보여준다. 조금 어설프다. 다른 선생님께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즉흥적으로 표현해달라고 부탁드린다. 모두 망설이셔서 교감선생님께 부탁드린다. 교감선생님께서 매우 적절한 연기로 보여주셔서 모두에게 큰 박수를 받는다. 교직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수십 개의 웃음꽃이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 교사 극단 '을숙 좋다'와 함께한 교육연극 연수 https://blog.naver.com/okdongjin/221525770037 >


    교육연극의 무한한 가능성

    최근에 교육연극의 영역이 더욱 확장되어가고 있다. 교과, 창체 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상담 등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학생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중요시하는 연극놀이를 활용한 연극만들기 방법들도 연구되고 있다. 이렇듯 교육연극의 쓰임새는 더 늘어날 것이다.

    불꽃 속에 피어난 아이들의 웃음꽃, 교실 속 아이들의 웃음꽃, 교직원 회의 속 선생님들의 웃음꽃은 교육연극이라는 기름진 땅에서 핀 꽃들이다. 여기에 교육연극을 실천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라는 거름이 더해져 웃음꽃들이 만발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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