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의 자라는 교사 21일차 <에필로그>

발행일 : 2024-04-30 19:59  

아무도 저에게 글을 쓰라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 21일 동안 글을 써온 것은 그저 저와의 약속이었습니다.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일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매일 새로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 제가 쓴 글 중에서 나누고 싶은 글을 올려왔습니다. 그러기에 어제의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한 말을 지켜가는 것은 스스로에게 큰 선물이기도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앞으로 나아갈 생각도 들게 되죠. 전에도 그것은 알고 있었지만, 참 이상한 약속들을 해왔습니다. 책을 언제까지 내겠다던지, 무엇을 이루겠다던지, 돈을 얼마만큼 벌겠다던지 같은 결과에 대한 약속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비슷한 다짐을 하더군요. 몇 년 전, 아이들과 타임캡슐 수업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한 학기가 지난 뒤 편지를 돌려주겠다고하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을 했었습니다. 성적을 어디까지 올리겠다고 했고, 살을 얼마만큼 빼겠다는 약속의 말을 적었습니다. 그것을 적을 때는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상상하며 참 좋았는데, 한 학기가 지나고 제가 다시 편지를 돌려줄 때에는 아이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가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어두워지는 아이들의 표정이 참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그런 행사를 저 혼자는 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시금 깨닫는 것은 결과에 대한 약속은 절망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곳까지 가는 그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을 약속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정에서 대한 약속이 참 좋은 약속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깨달음이 오니, 타임캡슐 행사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삶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해왔던 약속을 지킨 적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불안함과 열등감으로 힘겨워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절망한 적도 많고요. 그런데 요즘은 저 자신과 약속을 만들고, 또 지켜가는 이 시간들이 참으로 저를 살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단한 결과가 아니라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봅니다.

한두 달 전부터, 평일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짧은 운동을 하고 제가 속한 공동체들을 위해 기도문을 적으며 기도합니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는, 집에서 작성한 기도문을 여러 개의 단톡방으로 메시지 보냅니다. 그렇게 보낸 저의 기도로 힘을 얻는 이들도 있고, 저의 기도문으로 함께 기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멈출 수 없는 저의 아침 루틴이 되었습니다. 기도문을 전하는 카톡방도 늘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것은 이 대단치 않은 루틴이 저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21일의 자라는 교사도 저에게 그런 사역이었습니다. 매일 저의 글을 어디엔가 꾸준히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는 일이었지만, 결국은 그 과정을 모두 이루어냈습니다. 변변치 않은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격려가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가 저이며, 또 우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세심히 마음을 쓰고 격려하는 것이 가르치는 일보다 우선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21일의 자라는 교사라는 주제의 글은 이것으로 마치지만, 다시 저와 어떤 약속을 해볼까? 어떻게 재미있고 의미있게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게 됩니다. 남은 2024년도 스스로 약속하고 또 이루는 성실한 교사로 살아가기를 꿈꾸며,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삶도 기도하며 응원하겠습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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