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교사 20일차 <교사의 성장-성장의 시작>

발행일 : 2024-04-29 11:42  

성장하는 것은 좋은 의미이지만 성장해야 한다고 하면, 이 또한 우리에게 숙제가 되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이들은 굳이 우리가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필요가 있느냐고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우리에게 여유과 쉼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다시 살펴보면, 성장은 우리의 기쁨입니다.

게임을 하시는 분들은 알 거예요. 게임을 하다보면 나의 캐릭터가 레벨이 오르고,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재미가 있잖아요.그리고 요즘 게임은 그런 변화가 더 빠르더라고요. 캐릭터가 변신을 한다든지 새로운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그러니까 계속 게임을 하게 되는 거죠. 성장하는 것이 당장 눈에 보이니까요. 이렇듯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중요한 요소는 '성장'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생각과 느낌이 자신에게 행복감을 준다는 거죠. 그렇기에 우리는 성장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나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해요.

기본적으로 삶 속에서 성장은 성찰을 바탕으로 시작됩니다.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인 신순규 작가는 북뉴저지의 작은 도시 페어론에서 뉴욕 남단에 있는 월가까지 기차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 해요. 뉴저지의 통근기차가 뉴욕 팬 스테이션에 도착할 때에는 같은 자리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 없이 아무데나 정차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하네요.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도 길을 잃은 채 역에서 헤메고 있을 때에는,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딘지를 가르쳐달라."고 한다고 합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으면, 내 삶의 변화가 시작되기 어렵습니다. 내가 있는 곳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보아야 합니다. 여러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먼저 해볼만한 질문은 '내 삶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오고 있는가?' 다시 말하면 '나를 채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즉, 나의 삶에는 어떤 것들이 입력되고 있느냐는 겁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오감(五感)을 통해 많은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이 중에서 어떤 것들이 나에게 남겨져 나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지금 당장 5분만 시간을 들여서 지난 일주일 동안 나에게 다가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적어보세요. 핸드폰으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적으면 좋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 보았던 영상, 기억에 남는 그림과 음악, 함께 했던 수업이나 일상에서의 대화. 무엇이든 좋습니다.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다 적어보세요.

이것들 중에서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보아야 합니다.

저는 일주일의 삶을 떠올리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어떤 것을 해야겠다가 아니라 이런 것들은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는 이런 깨달음이 오기도 합니다. '내가 보고 듣는 것 중에서 정말로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구나!'

저는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깨닫는 것부터가 성장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입력되는 정보의 양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삶을 들여다보면, 저에게 남아 있는 것들은 제가 저 자신에게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기억하거나 기록하려고 집중했던 것들이나 타인을 위해(특히 학생들을 위해) 남기고 싶다고 마음 먹고 저장했던 것들입니다. 결국은 출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오직 그것들만 저에게는 남아 있더라고요. 즉, 출력하는 삶이 아니면, 제 삶에 있는 많은 부분은 다 사라지고 말더라고요. 무의식 어디엔가는 남아 있겠지만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미경 강사도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매일 꾸준히 책을 읽고 강의를 설계하고 무대에 선 후 리뷰하는 습관 만들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무식한 축적기'를 거쳤기에 강사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출력하기 위해 기록을 합니다. 기록해 놓은 것들만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의 대부분은 책에서 본 것들입니다. 제가 저를 위해 주는 선물이 바로 책이니까요. 저에게 입력되는 좋은 부분들은 책에서 많이 나오지만, 여러 분들은 다른 것들에서 나오시겠죠? 그게 미술이든, 음악이든, 영상이든…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나 자신, 그리고 교사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을 만나고 그것들을 기록하며 출력하는 삶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삶의 풍경에 책들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책이 제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출력과 연관이 있습니다. 즉,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글로 남길 수 있는 의미를 주거나 영감을 주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가 출력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교사 자신에게서 그치지 않습니다. 나에게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옮겨 갑니다.

이렇게 입력된 것들을 나에게 남겨 놓으면, 그것들은 마음 속에 저장되기 시작합니다. 마음은 참 넓습니다. 우주는 넓습니다. 그리고 그 우주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단순하게 입력하는 것과 내 내면의 공간을 넓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입력으로 그치게 되면 그것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입력되는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사람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지상의 양식>, 앙드레지드(프랑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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