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119] 사과의 기술

발행일 : 2021-10-03 10:50  

 

사안 발생하면 고장난 축음기처럼 반복했습니다.
"아이의 성찰과 성장이 남는 장사입니다~"라고.

사과하는 법

◈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 학기말 고사 앞두고 담임선생님께서 "니들 이번 시험 못 보면 낙제야"라고 말씀하셨어요. 담임선생님께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 뻥(?)인 줄 알고 있었지요. 키가 큰 편이었던 저는 교실 맨 뒤쪽에 앉아있었습니다. 혼잣말로 "체육선생 양주나 한 병 사다주면 되지 뭘"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 말을 담임선생님께서 정확히 들으셨던 거에요. 선생님의 대로하신 모습을 보고 순간 당황했어요. "체육선생님께서 체육시간에 농담으로 아무개 너 점수 올려 줄 테니 양주나 한 병 가져오라고 했던 것 같다"고 그만 말씀을 드렸어요. 그 날 제 평생 가장 처참하게 매맞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물론이고 체육선생님에게까지. 지금도 그 날 일을 생생히 기억하지요.

그때 일을 제가 두고두고 반성했습니다.

첫째 입을 무겁게 할 것.

둘째 살다가 실수가 있었을 때는 가능한 빨리 사과할 것.

(실수가 문제가 아니고 실수를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문제가 꼬이더군요.)

셋째, 혹시 변명하고 싶은 욕구가 있더라도 가능한 사과로 멈출 것.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변명이 많으면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기 힘들거든요.

말로 사과가 힘들면 메일이나 문자로 사과드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지요. 반복되는 실수는 병신지상사이겠기에ㅋㅋ

 

 

사과에는 연한이 없습니다.

송형호

네 살때 길거리 문방구 앞을 지나다 장남감을 사달라고 졸라 대며 땅바닥에 누워 땡깡부리는 아들의 배를 누르고 "니 맘 대로 해. 아빠는 간다."고 오던 일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키워 무엇이든 다 사주시곤 하여 그게 타성이 되어 언제 한 번은 금지의 교육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이후 그 행동은 교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춘기가 되어서 이상하게도 이 애는 제게 말하기를 꺼려하는 듯 보였습니다. 제게 해야할 말, 하고 싶은 말도 늘 집사람에게 하는 것이었어요.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도대체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하던 중 네 살 때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행동 교정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는 있었겠지만 역시 폭력에 해당하므로 서로의 흥분이 가신 후에 내가 사과를 했어야 하는 것이지요. 아이 고1인 작년에 아이방에 들어가 눈을 마주보며 13년전의 일을 말하고 사과를 구했습니다. 아이는 그 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사과를 구하며 아빠의 눈가에 맺히는 이슬을 보았는지 입술가가 살짝 올라가더군요. 포옹을 하였습니다. 다음날입니다. 아이에게서 후대폰 문자가 왔습니다. "아빠 저희 반 애들이 지각이 심하게 많은 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나요?"

자기 일로도 나와 상의하지 않던 아이가 이런 일로 제게 의견을 구한 겁니다^^

최근에 누군가와 다툰 적이 있나요? 위 내용을 참고로 해서 사과의 편지를 써보세요.

 

 

다음은 교과 선생님께 욱하고 대든 학생과 나눈 채팅입니다.

 

송샘:참을인자라는 한자 알아?

욱남:예. 忍이거요.. 참을인 3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송샘:거기 인자가 난 참 기가 막혀 심장 위에 칼이 있는 데 거기에 빗장을 지르는 거야 예민한 심장에 칼 도(刀)가 있으니 그 연한 심장이 남아나겠니? 그 칼刀에 빗장을 지르는 점하나가 있지?

욱남:네

송샘:참지 못하면 결국 누구 심장이 다치겠니?

욱남:제 심장이 다치고마는...

송샘:나도 고등학교 때 힘들면 참을 인자를 스케치북 사다가 수백 수천번을 썼다. 너도 한 번 해보렴.

 

 

 

 

漢字 쓰기

 

더 많은 상담 사례를 보시려면 아래 책 참조하세요.

 

. 신뢰를 구축하는 일상적 소통

-가정통신문(1): 큰아빠 같은 담임이 되겠습니다

-가정통신문(2): 저와 짬짜미하시겠어요?

-명함 배포: 영업사원이냐고요?

-학부모총회: 다음에 또 만나요

-가정통신문(3): 통지표를 보냅니다

-가정통신문(4): 자녀가 오토바이를 타려 한다면

-문자 메시지: 바쁘신데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SNS: 시험 기간 맛있는 반찬 부탁드려요!^^

-전화상담: 안 오셔도 됩니다.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종례신문: 엄마가 먼저 찾는 신문

 

 

. 학부모 교육

-자녀에게 맞장구를 쳐주세요

-까칠한 자녀와 대화하기

-자녀에게 칭찬할 것이 별로 없다고요?

-내신 9등급 학생의 부모님께

-자녀를 혼내야 할 때

-아버님, ‘사랑의 매도 불법입니다

-학부모 마음 돌보기

 

. 민원, 응급상황, 문제행동 발생 시 소통

-화난 학부모 응대하기: 사과와 유보

-학교로 당장 쫓아오겠다는 학부모

-학교에 찾아와 항의하는 학부모

-학부모에게 징계 소식을 전하는 방법

-징계에 반발하는 학부모

-체육 시간에 쓰러진 학생

-부적응 학생과 학부모에게 스며들기

-일탈 학생 부모에서 아버지 교실 멘토로

-학부모와의 짬짜미가 낳은 직업반의 전설

 

. 학교폭력 발생 시 소통

-학폭 상담 매뉴얼(1): 피해 학생 부모

-학폭 상담 매뉴얼(2): 가해 학생 부모

-절차에 대한 명징한 안내의 중요성

-상호 폭행 사건 학부모와 상담 사례

-가해 학생 부모와 상담 사례

 

. 그 밖에 나누고 싶은 글과 자료

-가정통신문 계절별 인사 모음

-탄원서 4: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학부모에게 추천할 만한 도서 목록

-훌륭한 부모는 무엇이 다른가?

-청소년 ADHD 검사지(CASS)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검사지

 

가해 학생 부모와 상담 사례

 

 

 

한 여학생이 후배 여학생을 괴롭혀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가해 학생의 부모는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었습니다. 교사가 우리 아이를 얼마나 나쁘게 볼까 하는 마음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안심시켜 드리고자 부모와 교사가 한편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에 처한 학부모에게 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이의 허물을 덮기 위해 부모와 애가 짬짜미하면 애를 버립니다. 어른끼리 짬짜미해야죠."

사안 발생 초반에 아이의 어머니와 SNS를 통해 짬짜미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어머님, 학폭위 개최 여부보다 OO이가 앞으로 잘 처신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 후배 학생 째려보거나 그러지 말란 말씀이시죠?

그렇죠. 그게 제일 중요해요. 그 아이가 집에 가서 "아빠, 오늘 나 지나가는데 나한테 병신이라고 했던 그 언니가 또 째려봤어.“ 이러면 회복이 힘들어져요.

, 알겠습니다. 주의시킬게요.

만약 그래서 고소당하면 민사 소송까지 갈 수 있어요. 그 아이 부모님이 흥분해서 경찰서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지금 핵심이지 학교폭력대책위 열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 알겠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고는 해도 만약에 진짜 그쪽 부모가 그러면 어디 제대로 된 어른이에요?

그 애 아버지는 두렵고 불안하니 그러실 수 있죠. 자식 보호하려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어요? 이러다 보면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어 버리는 거고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OO이가 지나가다가 후배를 만나더라도 위협적인 어떤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해요. 지나가다가 째려보고 그래, 너 참 잘났다!” 이런 한마디 해서 애 아버지한테 또 전달되면 진짜 경찰서 가시게 되는 거예요. 무엇보다 00를 단속하시는 게 최우선이에요.

아휴. 오늘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오늘 OO이 오면 앉혀 놓고 얘기 좀 해야겠네요. 그나저나 저쪽에서 돈 이야기 꺼낼까 걱정이예요.

OO이 세뱃돈 통장에 지금 얼마나 있어요?

100만 원 되려나?

그러면 이제 그렇게 협박을 하세요. 송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선생님 제자가 얼마 전엔 욕 몇 마디 했다가 모욕죄로 벌금 100만 원 내서 전과자 되고, 피해보상으로 민사 소송 가서 300만 원 냈다고요. 아이들이 생각보다 돈에 약해요. 엄마 어려운 살림인데 이제 네 용돈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겠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 보세요. 왜 어른이 마음을 썩여요? 엄마가 아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앉아 계셔야 해요. 이런 때가 최고 기회에요. 엄마가 모처럼 ""이 될 기회잖아요. 이번 기회에 어떻게 아이를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 그럴게요. 걸핏하면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살겠다고 하더라고요. 알아서 살겠다고 했으니 어디 한번 다 책임져 보라고 해야겠어요.

다음 달부터 용돈을 절반으로 줄이고 절반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해 적금을 붓겠다고 자극을 주세요. 엄마 고생해서 번 돈 다 보상금으로 쓰게 생겼는데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고요. 가령 용돈이 만 원이면 이제 5천원만 주겠다고요. 그럼 애가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할 거예요. 어른이 영악하게 굴어야 해요. 지금 흥분하면 지는 거예요.

, 잘 활용해 보겠습니다.

사실 학교폭력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OO이가 이런 일을 계기로 성장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어려움을 겪으면 애들이 성장해요. 부모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죠. 이 대사를 꼭 기억하세요. “뭣이 중헌디!”

하하하!!! 명심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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