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24학년도 6학년 2반 아이들과 함께한 1년을 돌아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체육’은 내가 가장 열정적으로 가르쳤고, 아이들과도 가장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는 단순히 공을 던지고 받는 기술을 가르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뇌가 깨어나고, 마음이 열리고, 삶의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도록 돕고자 했다.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학생이 쓴 글을 소개한다.
2025년 1월 어떤 여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나에게 써준 글이다.
“전 처음에 체육이 싫었어요.왜냐하면 잘 못하기도 하고, 실수하면 친구들이 뭐라 할까봐 무섭고 두려웠어요.”
이 여학생은 체육을 두려워하던 아이였다.못하면 친구들에게 부끄럽고, 실수하면 주목을 받는 것이 두려웠다고 한다.하지만 그 아이가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근데 열정기백쌤을 만나고 나서 체육이 재미있고 기대가 되요. 애들이 뭐라고 해도 별 상관이 없고요^^. 이제 제가 중학생이 되네요.저 중학생이 돼도 체육 열심히 할 거예요!!선생님, 재미있는 체육 수업으로 저를 변화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체육 수업을 단순히 건강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뇌를 발달시키는 생존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뛰고, 던지고, 움직이는 그 순간마다 아이들의 뇌에는 산소가 공급되고, 해마가 자극받고, 기억력이 높아지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긍정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체육 수업을 다음 네 가지 방향으로 설계한다.
1. 낭만 체육 – 재미있고 긍정적인 감정을 남기는 수업
2. 기본 움직임 기술(FMS) – 8가지 핵심 움직임을 체득하는 기초 체육
3. 이동・조작 움직임 다양화 – 활동의 폭을 넓히는 체육 문해력
4. 건강・운동 체력 증진 – 체력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구성
이 철학은 수업 전후의 내 행동에 구체적으로 반영된다.
이 주제 글쓰기에서 가장 재밌었다고 말한 활동은 바로 ‘폭신주사위 공' 활동이었다.
주사위의 운이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이 수업은 아이들이 규칙을 알고도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몸을 쓰게 한다.
실력보다 운이 우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능이 부족한 아이들도 마음 편히 수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이 학생도 이런 종류의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체육이 재밌다”고 느낀 것이다.
▶︎ 주사위 릴레이게임 3탄 - 31 맞추기 주사위 릴레이 게임
아이들 중에는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체육이 두렵고 자신 없는 아이도 많다.
나는 체육 수업을 계획할 때 그런 아이들을 먼저 떠올린다.
수업이 끝났을 때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작은 성공 경험 하나라도 안고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여학생은 그런 수업을 통해 체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고, 뛰는 게 두렵기보다 즐겁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기대되는 시간'이라 말해주었다.
체육 수업을 오래 하다 보면 아이들의 ‘능력’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진짜 감동하는 순간은, 누군가가 변화하는 그 찰나다.
이 여학생처럼, 체육 수업을 두려워하다가 점점 밝아지고, 웃고, 뛰고,결국 '중학생이 돼도 체육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내가 체육 수업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이유다.
운이 들어간 낭만 게임으로 체육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다.
전국에 이런 학생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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