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교사 17일차 <교사의 가르침-나를 가르치기>

발행일 : 2024-04-26 21:56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생 시절 많은 지식을 배웠습니다. 또, 잘 가르치려고 연습했고, 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교사가 되고나서 보니, 제가 배웠고, 노력했던 것들과 제가 경험하는 것에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배운 것을 잘 활용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교사로 처음 만난 학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어요. 학교에 와서 교사로서의 삶은, 이전과는 달랐고, 완전히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거든요.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그래서, 저는 교사가 되는 것은 교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1살 교사로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올해로 15차 교사로서, 교사 중2의 시절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전에는 이제 막 교직에 들어선 젊은 교사들과 근무한 적도 있습니다. 경력과 상관없이 후배교사 한 분 한 분이 제가 봐도 너무나 뿌듯하고 멋진 모습이더라고요. 그래서 참 좋기도 했지만, 그들이 아이들과 허물 없이 잘 통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때로는 저보다 경력도 많고, 가르침과 아이들을 뜨겁게 사랑하시는 선배 선생님들을 만납니다. 그 분들이 가지신 깊이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죠. 경력과 상관 없이 가르침은 끝이 없고, 수업은 어렵기만 느껴지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경력이라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어떤 일을 해보고, 여러 번 그 일을 겪어본 사람이 가진 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물리적인 시간을 넘어선 깊이와 넓이를 가진 선생님을 보곤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이 자기 자신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시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좋은 가르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데리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을 가르치는 것에 재미를 붙여야 좋은 교사가 됩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서로가 잘 섞여 하나가 됩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서로 영향을 받지만, 교사에게서 학생에게로 좋은 것들이 더 많이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타인을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 내가 경험한 것으로 다른 이를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내 것을 주고 싶어합니다. 그런 가르침이 상대방에 닿을 수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줍니다.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끝나고 나면, 저를 따로불러 강의에서 내가 틀린 부분 알려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예를 들면, 인용한 책 제목이나 맞춤법이 틀렸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죠. 저도 국어교사라 그렇게 고쳐준 경험이 있습니다. 내가 고쳐주는 것은 좋지만, 내가 틀린 것은 그제서야 알게 될 때에는 부족함을 느낍니다. 좀더 꼼꼼히 점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알려주실 때,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그렇지만,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경우는, 제가 한 강의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있을 때입니다. 특히, 오래 전에 강의를 들으셨는데, '그 강의가 참 기억에 남았다. 자신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건 다른 선생님이나,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때, 그것이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교사로 살아오며, 여러 번 선생님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말한다는 것은 떨리는 일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대학교를 마쳤던 학16년의 학창시절동안, 저는 저 자신을 제대로 믿지 못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떨림과 수줍음이 많았던 학생있기에, 이렇게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어쩌면 기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자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눈에 보이는 몸과 키는 성장이 멈추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과 경험은 계속 성장합니다. 특히,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가르치는 것에 재미를 붙이는 교사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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