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교사 16일차 <교사는 예술가-함께 창조>

발행일 : 2024-04-25 08:22  

신정철 작가는 「메모습관의 힘」에서 광고인 박웅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뇌과학자 박문호가 말한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창의성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창의성은 서로 다른 생각을 충돌시켜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의성으로 가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합니다.

 

1. 연결에 사용할 수 있는 생각의 재료를 늘린다

2.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가 이야기 한대로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재료를 늘려야 합니다. 그 재료들이 창작의 원천이 되는 거죠. "그 재료들을 찾는 나만의 방법, 혹은 나만의 공간은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면, 창조적인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저는 제가 영감을 받는 곳은 '책'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저는 책을 볼 때, 독자의 입장에서 읽기도 하지만 책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해봅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어떤 의도에서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살핍니다. 책을 보기도 하고, 책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표지와 책 속의 디자인을 봅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책을 통해 어떤 것을 전하고 싶은지 살피고, 머리말과 목차를 봅니다.

제목을 정할 일이 있으면, 평소 눈여겨 본 책 제목들을 생각해봅니다. 책의 제목은 그냥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수많은 고민 끝에 정한 책 제목들은 영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책의 내용이 보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점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단어를 검색해요. 그러다보면 제 마음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장바구니에 책을 넣게 되는 것은 덤이고요.

그렇지만, 혼자서 창조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경험과 생각의 재료는 한계가 있기 떄문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는 것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교사는 이미 나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 더욱 그것을 잘 알고 있죠. 어떤 활동을 시키던 아이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거든요.

제가 있던 학교에서 '나의 꿈발표 대회'를 진행해본 적이 있습니다. 꽤 큰 인문계 고등학교의 1학년 전체를 수업했었는데, 일단 모든 학생들이 학급 안에서 나의 꿈 발표를 하게 했어요. 그 후에 각 반에서 가장 설득력있게 발표한 학생들을 모아 1학년 전체 학생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 대표 아이들이었지만, 리허설을 할 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리허설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에게 자극도 되고,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긴장도 되었고 어려운 부분도 많았겠지만, 발표한 아이들 모두가 1학년 전체 앞에서 발표할 때에는 모든 학생이 너무나 멋지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혼자서만 발표하는 시간이었다면,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거예요. 모둠별로 협력하는 수업에서도 그렇지만, 어떤 방식이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만들어지는 시너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교사로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게을리 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그저 같은 교무실에서 교육적인 일 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함께 창조적인 교육을 만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학교 안에서는 그런 경험이 매우 적었었고요.

그런 가운데, 제가 늘벗학교에서 제대로 배운 것 중 하나는 학교 안에서 함께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획하여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저 혼자서 하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터득하고, 그것을 적용해서 학교 교육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너무 힘들었지만,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전에는 제가 멋진 것을 만들어서 짠하고 보여주고,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그게 멋진교사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늘벗학교에 있으면서 직접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벗학교 개교를 함께한 선생님들과 모든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입교식이나 수료식 같은 다양한 행사와 수학여행, 팀프로젝트, 1인1프로젝트와 같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맡아 새롭게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시간을 겪었습니다.

제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기획하는 것부터가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디어를 툭 던지고, 그것 누군가 받아서 다시 쌓고, 또 다른 의견이 나와서 결국은 누가 만들었다고 할 수 없는 공동의 기획이 나오는 순간들을 몸소 겪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담당자로서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것들은 매우 힘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면, 분명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함께 감당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경영컨설턴트인 키스 소여(Keith Sawyer)는 '창의력'이란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하며, 여러 사람들이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매우 강력한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상황을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라는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그룹 지니어스가 되기 위해서는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놓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협업하는 즐거움을 누려야 하는 거죠. 자연스럽게 타인의 의견을 듣고 변화하는 것들을 즐기게 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혼자 만들 때는 꿈꾸던 것들이 이루어지기기 쉽지 않더라고요. 교육이라는 예술도 함께 할 때 서로가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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