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교사 15일차 <교사의 마음- 기도하는 마음>

발행일 : 2024-04-24 08:00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바라던 것 이상을 이루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아이들과 서평쓰기 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사실 그리 친절한 수업도 아니었고, 제 욕심에 따라 했던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면 좋겠다 싶었던 시간들이었어요. 수행평가를 마치고, 우연히 제가 있는 지역에 독서록 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서평을 쓴 김에 우리가 쓴 서평을 내보자하고 하게 된 거예요.

꽤 많은 아이들이 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교육감상을 받은 아이도 있어서, 덕분에 저도 지도교사상을 받기도 했어요. 제가 뭔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를 덤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상을 받은 아이들이 자신이 쓴 기록이 의미가 있구나.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되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이 우는 이유

늘벗학교 수료식 때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보내며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를 때, 저희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더군요. 특히 올해에는 즐겁고 신나는 노래였거든요. 그래서 '더욱 왜 그들이 눈물을 흘릴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늘벗학교에서 보낸 한 학기라는 시간이 성장하기에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참 중요하고도 귀중한 때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 매순간 함께 했던 시간은 차곡히 쌓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학교에 오는 것만으로도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하며, 기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내가 집으로 향할 때 다시 보자며 손을 흔드는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에 바로 타지 않고, 선생님들과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이 학교를, 선생님들을 참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부끄러워서 인사도 잘 하지 않고 표현도 못 하지만, 날이 갈수록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들이 많이 생기거든요. 그걸 보면서 선생님들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저는 아무 생각이 없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에게서 기도하는 마음을 느끼곤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길, 지금까지 학교에서 잘 지냈으니 남은 시간도 안녕하길.'이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거든요.

제가 아이들을 변화시켜야겠다라고 마음에 힘을 줄 때마다, 아이들은 나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죽어라 버틸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힘을 주어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그런 모습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아 됨을 느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로 선택하기. 남은 시간도 안녕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노력하기'

먼저는 제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그것이 아이들에게 흘러갑니다. 그러면서 또 갖추어야 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받아주는 노력입니다.

정혜신이 쓴 <당신이 옳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모임에서 자기만 깊은 관심을 가진 주제를 꺼내서 장황하게 얘기를 시작한 그에게 나는 첫 질문부터 "역사는 됐고, 너는?"이라고 내 질문의 최종 목표를 분명히 했다. 지금 그 얘기를 할 자리냐 아니냐, 그게 의미가 있내 없냐는 논쟁은 내 관심 밖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했다. 나는 '역사'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많은 '당신'이 궁금하다고 '그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공감의 과녁은 언제나 '존재 자체'이다."

이 구절을 기억하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궁금함을 가져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 같아도, 그들 각자에게 있는 이야기를 궁금해 하려고 노력하니,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또 잘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배드민턴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사실, 저는 지난 학기에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동아리도 만들고, 함께 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과 매일 점심시간에 배드민턴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말로 하는 소통이 잘 되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으로도 서로가 가까워짐을 느끼는 것은 덤입니다. 저와 놀아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너무 즐거운 시간입니다.

아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고, 좋은 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존재로서 아이를 맞이한 다음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사람이 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나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내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나 스스로가 자신을 변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결국 아이들을 향한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멈추지 않고,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도 기뻐하는 마음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지금은 전혀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아이들이 언젠가는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말하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과 그 마음이 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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