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교사 13일 <교사의 가르침-수업의 원리>

발행일 : 2024-04-22 12:09  

수업의 방향이 변덕스럽지 않고 일관성이 있어야 교사와 학생이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교사는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가고 싶은 하나의 목적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수업이 여행이라면, 한 번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여러 군데일 수 없습니다. 중간에 거칠 수 있는 장소는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가야 하는 목적지는 하나여야 합니다. 중간에 거치는 곳들도 결국 최종 목적지를 위한 과정이 되면 좋습니다.

우리가 어디론가 떠날 때를, 그곳까지 가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는 목적에 맞는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곤 합니다.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의 목적이 분명해야 이에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업 방법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리고 목적이 나중이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그러한 수업의 방법을 떠올린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방법을 떠올린 이유를 찾고, 또 수업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수업을 하는 교사도, 학생들도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2024년에는 수업과 교육에서 '편지 쓰기'를 많이 실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다른 이와 소통하는데 손으로 쓴 편지가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예쁜 편지지와 엽서를 고르고, 수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과도 넌지시 이야기를 드렸는데, 참 좋은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들을 해주시더라고요. 아이들이 편지를 쓰는 경험을 통해 나 자신,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교무실 자리를 옮겨야 해서 책상을 정리하다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버리겠는데, 학생들이 저에게 준 편지를 못 버리겠더라고요. 아이들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까 꼭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시더라고요.

그 전에는 저도 누군가의 수업자료를 보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저의 수업에 바로 적용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수업은 쉽게 진행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이유는 제가 구체적으로 그것을 왜, 어떻게 적용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제 수업에 가져다 썼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르칠 학생들을 고려하거나, 수업의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리지 않은 채, 그저 좋아보이니 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수업을 가져오더라도, 내 수업 안에서 아이들이 어떤 모습이길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부분이 성장하고, 또 모든 수업이 끝난 뒤에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 되기 원하는지를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저는 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이렇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_나의 세계만 살지 않고 너의 세계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_자신의 기준으로 판단만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_자신의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들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수업에 대한 원리나 이론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이나 자신이 했던 수업을 관찰하면서 이 수업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좋았던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일까?이 수업이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도 좋고, 다른 교사들과 함께 생각해봐도 좋습니다. 그렇게 깊고도 다양한 생각들이 오고가다보면,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공통점을 나의 수업에 적용하다보면, 내 수업에 적용하는 수업의 원리가 나오는 거죠. 발견한 원리들을 적용하다보면, 나의 수업에 대한 이론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요. 그 과정에서 다른 선생님들께도 좋은 영향을 받고, 또 줄 수 있는 교사로 성장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한의 원리

저에게도 수업의 원리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습니다. '제한의 원리'입니다. '자유하다'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끝없이 노력하거나, 시간을 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수업도 정해진 시간이라는 제약을 받습니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자유는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질 때 정말 자유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한 번 해봐. 라고 말을 하면 아이들은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교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업시간에 의도적인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양의 제한

예를 들면, 글자수에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데 띄어쓰기를 포함해서 100자만 써라. 그러면 100자만 쓰면 되니까 아이들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길게 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수업이 끝난 뒤 배운 소감을 그냥 적어보라고 하는 것보다는, 5자로 표현하게 할 수도 있죠. 그러면 아이들은 많은 생각을 할 겁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시간의 제한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활동하는 시간을 정확히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업을 디자인할 때, 고려하는 사항이긴 하지만,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타이머를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컴퓨터로 보여주거나, 시간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어야 아이들이 더 집중해서 활동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없다면, 다른 주제의 활동을 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 시간의 밀도가 많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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