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면 생각나는 시

발행일 : 2020-05-11 08:44  

  •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오월이면 생각나는 시.
  •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 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댓글(0)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