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詩식회

발행일 : 2020-04-09 13:34  


  • 첫 마음
                                   - 정채봉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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